워켄이라는 남자는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였다. 기억이 있되 기억이 없다. 인간에 대해서는 해박하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자신이 대체 어떤 존재인지 물어도 물어도 비밀이라고만 하는 야속한 세상을 등지고 남자는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땅 땅 재료를 깎아내는 정 소리, 다듬는 끌 소리에 묻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순과 의문에서 도망치고 나니 그가 누구인지 말해줄 아이들이 잔뜩 생겨있었다. 무책임한 세상에 방치당한 남자는 배운 그대로 무심한 신이 되어 폭력을 대물림한다. 그러면 제 존재를 의심하는 인형들은 창조주의 그림자에서 한 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그에게 존재를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자기 이름을 모르던 남자는 그 어여쁜 아이들이 불러 주는 소리를 기꺼이 들으며 웃는 것이다. 닥터. 창조주.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