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려서, 그렇게 감히 낼 욕심도 없이 겁 모르고 손을 뻗는 욕망도 없이 투신한 애정이라면 차라리 신앙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신자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니 그 소년이 괴이쩍도록 창백한 남자로 자란 것은 무엇 하나 이상할 것 없었다. 억지로 위로 잡아늘인 양 마디가 가느다란 몸, 얇게 꽉 다문 입술, 핏기 없이 하얀 뺨, 그 위에 늘 무언가를 엄정하게 재단하듯이 가느다랗게 뜬 날카로운 눈동자까지. 그 눈으로 스스로를 강퍅하게 잡아채고 억누르며 남몰래 하는 애정은 겨우 십 년을 채운 후 진정으로 신앙이 되었고 그녀는 성모가 되었다. 이제 그는 영원이 된 성모의 제단에 백합을 바친다. 마리아의 꽃, 장례식의 꽃, 그리고 순결의 꽃. 차마 사제도 못 되는 사제가 고스란히 바친 죽은 청춘의 꽃. 결국 그는 한 번도 사랑을 멈추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죽어 영원이 되고 사랑은 차가운 땅 위에 비석으로 박제되었기에. 그래서 오늘도 꽃잎은 하얗고 남자의 뺨은 꽃잎처럼 창백하고 눈동자는 채 피우지 못한 청춘의 묘비.
그렇게 어려서 그렇게 감히 낼 욕심도 없이 겁 모르고 손을 뻗는 욕망도 없이 투신한 애정이라면 차라리 신앙이었다. 이제 정말 꿈조차 꿀 수 없냐고 울던 날에는, 차라리 신앙이기를 바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