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당신은 린크로린(으)로 「언제 돌아와?」(을/를) 주제로 한 420자의 글 or 1페이지의 그림을 연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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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히는 기억보다도 더 번잡하고 시끄러웠다. 날이 날이니만큼 소란스러운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원래 학생한테 알코올은 금지지만, 오늘 같은 날은 괜찮지 않겠어? 카운터의 프레드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술은 어릴 적 윤노사님이 권한 것을 멋모르고 입에 머금었다가 뱉은 적 이후로 처음이었다. 무슨 맛인지 통 모르겠는 것을 한 모금, 두 모금 벌컥벌컥 넘겨보았다. 목구멍이 쓰라렸다. 더 많이 마실수록 머리아플 정도로 시끄럽던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정신이 두루뭉실하고 붕 뜨는 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운 장소에서 그리운 기억을 더듬다 린은 피식 웃었다. 여기에서, 블레이드를 하던 선배가 있었어. 어린애들 둘이랑 같이 어울려 노는 꼴이 꼭 어린애 같았어. 너는 전부 거짓이라고 했지만 그럴 리가 없지. 그러니까 크로우,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나는 가끔 꿈을 꾸었다. 너와 아침 가방을 놓아둔 위치 따위의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 시작해서 화가 나서 저녁에 헤어지고 다음 날 낮에 다시 연애하기 시작하는 꿈.

실제로 우리가 서로 화를 내고 일부러 자존심을 내세울 여유 따위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잠깐 만났던 그 찰나에 너는 유독 눈이 빛났고 나는 네가 나에게 사랑이라도 말할까봐 겁이 났다. 한 마디라도 들었다면 네 손을 잡아버릴 것 같았다.

나는 사실 언제나 너를 바라보고 있었어. 떠난 후부터는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원망인지 싸움인지 대화인지 그저 이렇게 서로 바라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감정인지는 알고 있었어.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가끔 꿈을 꾸었다. 세상이 지금과는 달랐던 꿈. 처음부터 너와 길가에서 정말 별 거 없는 흔한 행인과 학생으로 만났던 꿈. 그렇게 하면 분명…….

독백

크로우 암브러스트가 보기에 린 슈바르처는 이따금 어리석어 보였다. 아니, 어리다고 하면 좋을까? 고뇌 하나하나마다 흔들리고, 주변 사람의 고민마다 신경쓰고, 사소한 감정의 문제를 세계의 문제로 확대시켜버리는 그런 소년. 그리고 그는 그 어린 점을 사랑했었다. 독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