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데모니움의 의회와 깊이 연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를 알고 있었다.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붉은 머리에 어울리게, 늘씬한 몸매가 돋보이도록 빨간 스틸레토를 신은 미모의 비서. 누구라도 눈이 바로 돌아갈 정도로 화려한 외모이건만 동공이 길게 세로로 찢어져 있다.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외모적 특성 탓으로 리아가라는 표면에 나와서 활동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의회와 교섭해 본 자라면 의회장 레드그레이브를 늘 곁에서 지키고 있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리아가라를 조금만 지켜보면, 그녀가 겉으로만 화려한 꽃일 뿐 누군가에게 웃음을 짓거나 열매를 맺을 종류의 사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어리석게도 누군가 숨 가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가 개인적인 행복에 겨워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또는 자신이 그 행복을 안겨줄 수도 있으리라는 달콤한 환상에 빠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 엔지니어 모 씨도 그 중에 하나였다. Ouroboro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