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의 아이들 중 가장 귀한 분은 대모님, 그 아래에 귀천은 없지만 가장 긍지가 높은 이들이 무기를 다루어 숲에서 살과 가죽을 취하는 전사. 나딘은 활에 능하다. 어려서부터 시위를 당기고 숲을 뛰놀며 자랐다. 남들보다 뛰어난 것은 언제나 알고 있었다. 덕분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내세워 휘두를만한 힘을 가진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너도 활 정도는 좀 더 익혀 보는 게 어때. 영 재능이 없어서 나만큼은 안 되겠지만.”
“말씀은 고맙지만 나딘 씨, 저도 할 만큼은 연습하고 있어요. 스프라우트를 돌보는 것도 꽤 일이니까요, 이렇게 제가 도움이 되는 곳에 충실히 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흥, 그러고 있어서야 누가 알아준다고.”
보라색 머리의 여자아이는 줄곧 그런 모습이었다. 자기보다 더 작은 소녀를 돌보거나, 숲에서 채집한 줄기를 엮어 옷이나 자그마한 악세사리를 만들거나, 빨래를 하다 호숫가에 핀 풀꽃에 기뻐하고 전사들을 웃으며 맞이했다. 바보같은 녀석. 나딘은 숲에 예쁜 돌이나 꽃이 있으면 자주 소녀에게 가져다주었다. 저가 아니면 누가 저 맹탕하고 별 볼 일 없는 여자아이를 챙겨주려나 싶었던 것이다.
보잘것없는 여자아이와 보잘것없는 기억들. 마른 장작을 비벼 붙인 모닥불 앞의 담소와, 칼자국이 남은 사냥감 구이와, 재가 묻지 않도록 손끝에서 손끝으로 조심조심 건네주던 자그마한 악세사리 그리고 이런 걸 어디다 쓰냐는 핀잔에 대답 대신 돌아오는 하얀 웃음.
그런 하루가 언제까지고 계속될 줄 알았지.
어지럽다 못해 머리가 띵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왜 네가 선택받았지? 힘도 재능도 없는 네가? 아인은 언제나처럼 겸허히 웃고 있다.
“나딘 씨, 저는 제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은 언제든 스스로 명확히 알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알고 있어요. 모자람이 많은 것은 알지만, 저는 분명 제게 주어진 사명이 감사하다고요.”
깨달은 때는 울다 지쳐 부연 새벽녘이었다. 너는 한결같이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아이여야만 했는데. 겁많고 조금의 힘도 없는 한심한 아이. 그래서 내가 따라다니며 챙겨주어야만 하는 아이. 늘 내가 곁에서 바라보기 좋아해 마지않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