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세레그

우리는 영겁을 노를 저었어. 황혼의 낮은 불빛, 아프도록 찬란했던 마지막 광선을 지나 암흑 속에 타닥대는 불씨까지 우리는 세계를 저어 건넜지. 당신이 꺼져가는 세상에서 잠에 들 때, 내가 태어나 노를 이어받고 끝 모를 항해를 지속했어.

항해를 하다가 나는 지쳤어, 이름 모를 선구자를 원망하다가 해져 땅이 되었지. 그 땅에 선구자인 당신도 잠들어있었어. 우리는 잠이 들어 땅에 썩고 다시 땅에서 피어나기를 거듭했어, 씨앗처럼, 곡물처럼.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깨어나 교차했을 때 우리의 노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노를 내버린 지 오래지만 당신의 앞에서 뱃사공의 시늉을 하고 당신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곧 알게 되겠지, 탄생에 우리는 평행히 서 있었으나 당신은 나의 심장에 날을 대겠지.

그러나 우리가 노를 당기고 세월을 거스르며 세기를 교차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수많은 자리를 지날 거야, 마치 모자가 되고 사제가 되고 친우가 되고 연인이 되고, 종내 적수가 되겠지. 조금은 즐거웁겠지. 우리가 자맥질하던 이 시대의 마지막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