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 어둑한 숲 초입에서는 길이 세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첫번째 길가에는 색색의 열매가 맺혔고 마을 사람들은 씨가 마르지 않도록 모든 나무에 열매를 조금씩 남겨두었다. 두번째 길은 건넛마을로 통하는 큰길이었다. 아직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아저씨가 다른 어른들과 함께 떠나는 모습을 배웅한 적이 있다. 세번째 길은 사실 어딘가로 이어진 길이 아니라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는 장소로 곧 흐려져 끊겼다. 스프라우트는 숲 속에서 활을 든 파르모와 실프와 함께 사냥을 했다. 실프가 나서면 금방일 텐데, 실프는 가만 앉아 파르모가 활을 몇 번 쏘고 목표물의 숨통이 끊길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제법 크고 무거운 짐승도 실프가 있는 덕분에 옮기기 어렵지 않았다. 파르모와 스프라우트가 각자 한 손씩 실프의 등 위에 얹고 천천히 마을로 걸어가면 짚을 엮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고 화색으로 반겨주셨다. 스프라우트가 마당에서 사냥감의 가죽을 벗기고 약식으로 정리한 후 들어오면 파르모가 수고했다며 그릇 하나를 내밀었다. 갓 짜낸 우유를 데워서 고소했다. 작고 붉은 열매와 곁들이면 특히 맛있었다. 저녁 산책을 하면 어둑해져 가는 마을은 평화로웠고 주민 모두가 작은 스프라우트를 호기심이 섞인 눈으로 반겨주었다. 짐승을 닮은 귀와 노란 안광. 분명 신수의 가호라며 마을의 귀한 존재로 여기고 자랑스러워 하는 눈길들이, 실은 달갑지 않았다. 스프라우트에게는 이 마을이 아닌 돌아갈 곳이 따로 있었다.
소망을 위해 달아나다가 몸이 바뀌고 털이 돋아난 밤에 늑대가 된 소년, 소년이 된 소녀는 크게 앓았다. 가족들의 잠이 깨지 않도록 나와 있는 헛간에서 열이 달떠 끙끙거리며 수인은 짐승 같은 소리를 냈다. 헛간 창문 위로 보이는 달빛을 보자 그리웠다. 돌아가야 할 곳의 기억들. 달빛 아래서 빛났던 웃음과 약속과 따뜻한 체온. 언니, 언니를 찾아서 나는 돌아갈 거야, 언니에게로. 그리운 고향은 어느 작은 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년은 얼굴이 붉어져 밤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