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고 이름붙인 것이 너무 말도 안 되게 커서 그는 구태여 감정의 크기를 쟀다. 그리움 한 줌, 열망 세 컵, 질투 일곱 톤.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는 수치들은 한없이 무한대에 수렴하고 무한의 값으로 공식을 도출했을 때 구해낸 해의 이름은 사랑. 이제 의미 없어진 고리타분한 측정치를 구깃구깃 손에 쥐고 그는 정량 없이 긴 한숨만 내쉰다.
아무리 사료를 뒤적거려도 사랑의 문제는 불가해라고만 쓰여 있었고 그녀는 불가해답게 생물도 아닌 것이 생물의 흉내를 냈다. 그의 곁에서 웃다가, 품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반쯤 뜨고,
로쏘.
왜.
나는 답을 찾고 싶어. 진리를 구하고 싶어. 당신도 그렇지? 그럴 수 있는 사람이지?
그래.
여자는 망령처럼 소망을 읊조리고 남자는 망령을 닮아갔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신도 악마도 진리도 망집도 버러지도,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삼 개월의 동침과 칠 개월의 배신. 이로써 그는 그녀가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었던 그 열 달을 넘었을까? 부질없는 희망에 취한 그는 답을 찾아 흥청거렸다. 동료를 배신하고 재료로써 연구했다. 몸을 내주고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넘나들었다. 진리를 찾아서 그녀의 손에 쥐어주어야지. 그녀가 원하는 진리를 주어 그녀의 배를 부르게 하고 더는 갈망에 고픈 눈으로 하늘을 보지 않아도 되도록. 그 눈이 마지막에는 이 쪽을 보도록.
그러나 진리에 닿는 과정은 험난했다. 동료를 주고 실존을 주고 금기를 주어도 전능에 닿아 있는 마지막 해는 쉬이 도달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함께 죽고 죽음을 뛰어넘고 수 년이 흘러서야 마침내 마르그리드가 말했다.
드디어 찾아냈어. 이번에 찾은 것을 취하면 분명히 해답이 될 거야. 할 수 있지?
당연한 소리를.
긴장하지 마, 로쏘.
마르그리드가 습관처럼 짧게 입을 맞췄다.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긴장을 한 것은 여자 쪽이다. 그들은 답을 찾아서 스스로 수수께끼가 되었다. 죽어서 산 것. 사람도 아니면서 사람 같은 것. 모든 면이 그녀를 닮아갔다. 불가해의 그녀에게 진리를 주어 생을 주고 마음을 얻을 때 비로소 우리의 수식은 완성될까. 진리를 찾아서 신도 악마도 된 남자는 피가 줄줄 흐르는 반쪽짜리 팔로 검사를 몰아붙이며 웃었다. 그리고 드론이 조각났다. 마르그리드가 사라졌다.
그 순간에 벼락처럼 깨닫게 된 정답들.
당신이 유혹하는 속삭임. 닿지 않는 먼 곳을 그리워하는 눈. 짧은 머리카락 아래로 드러난 하얀 뒷목과 바지 밑단 아래 복숭아뼈 명석한 연구와 속알 숨기지 않은 계략 그리고 생물 아닌 몸 녹색으로 점멸하는 드론 입술 위로 닿았다가 장난처럼 사라지는 감촉 당신이 그렇게 사라진 후에 조도가 낮아진 듯한 공기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나의 해였는데. 진리에 달해 더 원하는 것이 없는 연구자는 생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