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지.
잘 아는 만큼이나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아직도 눈에 선했다. 누가 방랑자라고 믿을까 깨끗하고 하얀 얼굴에 그 얼굴색만큼이나 사심 없는 미소가 호쾌했다. 새하얀 녀석. 스스로 말하기는 어째 부끄럽지만 아벨 자신과는, 썩 잘 어울렸다. 방랑하고 유린하고 끝없이 싸웠던 삶에서 네 옆에 있던 순간만은 나 얼마나 빛나는 인간이 되는 기분이었던지. 레온, 하면 아직도 선하게 떠오르는 미소와, 씩씩한 걸음걸이, 장난스럽고 허물 한 점 없는 눈빛.
좋아했던 그 눈빛이 기억 하나를 찾을때마다 점점 그늘져갔다. 그러니까, 아주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부활한 레온이 웃음을 잃었다, 더는 사람들에게 아는 체를 하지 않고 거리를 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신경 써 줄 여유가 없다고. 라고 했다니 도무지 레온 그 녀석이 했다곤 믿을 수 없는 말이다. 그러니까, 확인해야만 했다.
“시험해볼까, 레온.”
기대는 무심하게도 소문은 틀린 점이 하나 없었다. 웃음기 없는 눈, 꾹 닫은 입매, 꽁꽁 싸맨 복장. 그래도, 레온이다. 분명 레온이야. 그는 언제나처럼 말을 걸고
“어쩔 수 없군, 어울려주지.”
좋아하는 웃음이 일순간 되돌아왔다.
싸움은 길고 짧게 지속되었다. 순식간에 근접전으로 달려드는 일격을 받은 레온이 공격을 역이용하여 아벨의 그림자를 봉인하고 총구를 겨눈다. 숨을 헐떡이는 아벨이, 레온의 발 아래에서 씩 웃었다.
“오랜만이야.”
“오랜만인가? 그 망할 세계의 시간의 흐름은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시간이 꽤 지났나 보지.”
“너랑은 어째 항상 오랜만인 기분이라.”
“…어디서든 인형이 따라붙는 그 망할 세계, 정말 불편했었는데, 이젠 없으니까.”
레온이 아벨의 옷자락을 들어 올렸다. 둘 모두 눈을 감았다. 혀와 혀가 얽히고 한참을 그대로 버르적거리다가 숨이 차올라 두 전사는 잠시 떨어졌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
그리고 머지 않아 다시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