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호모

누군가와 함께 방을 쓰는 것은 좋지만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하늘은 낮고 젖은 어스름이 끈적거리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아벨의 옆에 누운 여자가 달콤한 옹알이를 하며 몸을 뒤척였다. 지방 많은 살이 철벅거리며 팔근육에 닿았다. 불쾌했다. 날은 아직 덜 밝았다. 지금 묵고 있는 집의 밥줄이 그녀니만큼 깨우지는 않았다. 아벨은 다시 여자를 팔안에 단단히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습한 공기 속에서 꿈을 헤맸다. 숲은 어둡고 축축했다. 그러나 함께 사냥을 하는 두 청년은 몸에 열이 많아 땀이 금방 말랐다. 사슴 두 마리, 토끼 세 마리를 이고 청년들은 모닥불을 피웠다. 타닥타닥 타오르던 모닥불이 빗방울에 꺼져 갔다. 점점 빗줄기가 거세진다. 빗줄기와 뒤늦게 몰려오는 피로로 흐릿한 시야 속에서 레온이 속삭였다. 저기 봐, 아벨. 저기 멀리 오두막이 있어. 낡아서 무너져가긴 한데 우리 둘 몸 정도는 피할 수 있을 거야. 인마, 조냐. 니가 여기 늘어진 토끼냐? 너 사슴을 쫓다가 너무 힘을 뺐어. 성질 급한 녀석같으니. 여기서 자지 마, 아벨. 저기까지만 도착하자. 교관님한테 혼날 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익숙한 룸메이트의 눈은 숲처럼 말갰다. 겨우 도착한 서늘한 오두막 바닥에 누워 아벨은 중얼거렸다. 레온. 응? 춥다. 응. 레온이 옆에 붙었다. 그제야 더웠다. 그날 밤은 둘 다 아무 말도 않았다.

그렇게 꽤 오래도 잠을 잔 것 같다. 공기가 습했다. 비를 피하러 들어왔었지. 지금 일어나면, 레온이 우산을 구해놓았을 텐데.

아벨은 일어나 상체를 낮게 일으켜 세웠다. 여자의 지방 많은 살이 철벅거리며 팔에 닿았다. 꿈의 잔상이 남아 달콤했다. 공기가 습하고 눈가가 습해서 고개를 들었다. 빗방울이 똑, 또옥, 방울져 떨어지고 생각도 바닥에 질퍽거려.

우리는 알았던가, 몰랐던가, 유보했던가. 언젠가 바칠 목숨임을 알고 혼자 살아남은 가슴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유보했던가. 이렇게 흩어지게 될 줄 알았다면 그래도 유보했을까. 레온, 레지멘트의 그 마지막 날에, 우리에게 말 섞을 여유가 조금만 있었다면 좋았을 거야. 그랬으면, 어쩌면, 우리는, 우리는.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기회가 닿는다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