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의 순간에 인간은 울었고 재료는 울지 않았다. 심약한 소년은 생각한다. 나는 울지도 못하고 세계에 짓눌리다가 종국에 압사하겠지. 겁 많은 소년에게 누이가 속삭인다. 탄생에 울지 않은 것은 우리가 특별한 까닭이야. 우리는 아름답고 영화롭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따라서 삶이 슬플 이유가 없기 때문에. 소년은 누이를 바라본다. 네 말은 틀림이 없겠구나, 영화롭고 아름다운 레드그레이브.
남자는 누이를 바라본다. 영화롭고 아름다운 레드그레이브, 영화롭고 아름다운 그라이바흐. 그리고 멜키오르. 너를 바라보면, 너희를 바라보면 그때 그 말은 틀리지 않았을지언데. 남자는 거울을 바라본다.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던 거울 속에는 인형이 비친다. 존재의 탄생에 남자는 축사를 보낸다. 너는 가장 고귀한 사명을 띠고 공허로 떠나리라. 너는 그녀보다도 아름답고 영화롭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신이 되기 위하여 태어났기 때문에. 그래서 너는 태어나면서 울지 않는 것이다. 너는, 울지 않을 것이다. 진득한 저주가 쇠로 된 혈관과 코드로 된 신경에 녹아 붙었다.
아름답고 영화로운 신이 축복으로 태어난 지 200억년째. 스테이시아가 웃는다. 울지 않고 웃는다. 쉬지 않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