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우닝현대AU

안 믿기겠지만 한번 들어봐. 그러니까 내가 대학 시절 짐배낭 하나 메고 떠돌아다니던 때 이야기일세. 겁도 없이 내 몸 하나만 믿고 중동 지역 돌아다니던 때 말이야. 그때 종교분쟁 때문에 막 뉴스에도 해외토픽이라고 실리고 그랬는데 그래도 난 이름난 여행지만 다니니까, 그런 건 남의 얘기겠거니 했지. 그런데 글쎄 그날따라 이상하더라니까. 사막답지 않게 날씨는 선선하고 좋은데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냄새도 영 이상하고. 뭔가 타는 것처럼 매캐한 냄새가 코끝에 도는데, 나는 거기 모래 냄새가 원래 그런가 했어. 그런데 사람이 보이지는 않는데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하나, 둘, 다섯, 아니 열은 넘을 것 같은… 어리둥절해져가지고 누구 계세요, 하고 있는데 갑자기 퍽 소리가 나면서 눈앞에 별이 돌더라. 깨어나니까, 쩝. 뒷통수는 얼얼하고 손발은 안 움직여져. 묶여 있어. 발버둥칠수록 발목이랑 손목만 아픈 거야.

그 사람들 아주 웃긴 사람들이었어. 못알아듣는 말로 한창 뭐라 씨부리다가 나를 발로 차고 나서 멍들고 흉이 지면 약 같은 걸 발라주더라. 멀쩡하게 간수해서 인질로 쓰려고 그랬나. 그리고 갈수록 초조해 보이더라고. 인질협상이 잘 안 됐나봐. 나도 덩달아 초조해졌지. 수염은 까칠까칠 자라고 몸은 해쓱해지고 이러다가 쌩판 어딘지도 모르는 데서 비명횡사하게 생겼거든.

그날도 그랬어. 햇빛이 조금 들어왔던 거 보면 아마 오후나절이었을 거야. 밧줄 좀 어떻게 안되나 비벼 보다가 손목만 헐어내고 있는데 갑자기 그림자가 져가지구. 들켰나 싶어서 깜짝 놀라서 위를 올려다보니까 웬 어린 남자애 하나가 있더라고. 근데 애가 참.. 눈이 맑고. 말쑥하고 해사한 게 좀.. 뭐라고 하지. 살아있는 사람 같지가 않다고 해야 하나? 차라리 뭐랄까, 신 같아 보였다고 해야 하나? 그랬지, 그랬어. 나도 참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거기 있으면 한 패거리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전혀 그런 생각 안했어. 너 왜 이런 데 있니. 여기 있다가 큰일 난다. 어서 도망가. 이런 데 있으면 안 돼, 나가야 해. 내 손부터 풀어달라는 소리도 안했어. 내 말도 못알아들을거 왜 이러고 있지, 한숨 푹 쉬고 있는데 걔가 웃더라. 저는 괜찮아요. 그러는 거야. 깜짝 놀라서 어깨를 으쓱하는데 손이 들리더라. 글쎄 밧줄이 깨끗하게 풀려 있더라고. 이게 대체 뭐야 하고 어리둥절해 있는데 걔가 쭈그리고 앉아서 내 손을 잡았어. 절 따라와요, 하는데 이상하게 그대로 믿어도 될 것 같았어. 쪼끄만 애가 이끄는 대로 계속 걸어가니까 햇빛이 보였어. 그게, 막, 눈물이 나더라. 내가 며칠 동안 갇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는데 햇빛을 보니까 너무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나. 울고 있는데 빛 속에서 그 남자애가 그러는 거야. 다음은 브라우닝 씨가 안내해요.

무슨 소리야, 너 원래 지내는 데는 어디냐? 하고 물어보니까 걔가 그러는 거야. 원래 있던 데요? 당신이 나오라고 해서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당신이 안내해요.

그러니까 내가 그랬잖아, 브라우가 어디서 왔는지 말해도 안 믿을 거라고. 아 이리 좀 와 봐, 브라우. 내 말 맞잖아. 틀렸어? 아 왜 웃기만 하는데. 그땐 감사했다고? 아 난… 정말. 내가 대체 뭘 데려온건지 모르겠다. 그게 뭐 중요하냐고? 하 것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