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쏟아져 들어와 눈을 가늘게 떴다. 눈부신 조명 아래, 뿌옇게 흐린 초점 속에서 빨간 구슬과 푸른 보석이 뱅글뱅글 돌아가며 반짝거렸다. 눈을 찌푸린 채로 옆에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그라이바흐?”
“만화경을 응용한 모빌이야. 어때, 마음에 들어, 레드그레이브?”
“물론… 아름답지.”
뭐라고 말을 이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반짝거리며 흔들리는 색색의 조각은 순간 마음이 송두리째 붙들릴 만큼 아름다웠다. 정교하게 계산된 빛의 각도에 따라 루비와 사파이어와 크리스탈이 행성의 궤적을 그리며 서로 눈부시게 빛을 반사하여 반짝임으로 가득한 작은 우주를 온전히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걸, 갑자기 어째서. 형언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본래 모빌이라 함은 아기들이 천장에 매달아놓고 보면서 꺄르륵거릴만한 구조물이 아닌가. 뭣하러 이 정도의 재료와 정성을 들여 이런 것을 만들고 내게 보여주는가, 그런 의문이 마음에 연기가 낀 것 마냥 가슴속을 메웠다. 왜냐하면 그녀의 삶은 온전히 인류의 발전을 위해 바쳐진 것이니까, 함께 세계를 발전시킬 파트너인 그가 의미없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 자신은 무엇이 되는가, 그런 본능적인 불편함이 생각하기도 전에 마음에 뿌옇게 피어올라 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레드그레이브.”
키 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괜찮아. 아름다운 것을 보는 순간만큼은 그런 표정 하지 않고 그냥 순수하게 감상해도 돼. 아니면 눈에 차지 않아?”
그제서야 레드그레이브는 솔직하게 감탄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아름다워. 마음이 동요할 만큼, 아름다워.”
그러자 그라이바흐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다행이네. 표현이 되어서.”
다음 말은 약간의 간격을 두고 이어졌다.
“내가 당신을 볼 때 느끼는 지복을 당신도 느꼈으면 했어.”
순간 바로 옆에 있는 남자가 아득하게도 느껴졌다.
그 때의 여자는 그가 죽을 때 함께 죽었다. 5백년 전 황혼의 시대가 그 여자의 무덤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레드그레이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그 망령일 뿐,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자꾸만 눈썹을 찌푸리는 레드그레이브에게 워켄이 물었다.
“이봐, 왜 자꾸 눈을 찡그리는 거지. 어디가 안 좋은가?”
레드그레이브는 눈을 힘껏 감았다 떴다. 보랏빛 눈이 평소와는 달리 빛 속에 있는 양 반짝거렸다.
“눈이 부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