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콘] 기도

마녀는 하늘하늘한 것이 마치 들꽃 같았다. 바람 같고, 구름 같고, 가본 적 없는 바다를 실제로 본다면 저와 같은 느낌이 아닐까. 먹먹하도록 새파란 가운데 파도가 심장고동처럼 솨아- 솨아- 하는 소리를 내며 몰려오면 끝이 없는 고요함에 사람은 모든 것을 잊게 된다고 한다. 이 가련한 소녀가 어째서 마녀일까. 악마에게 붙잡힌 비참한 마녀를 구해내어 바른 길로 이끄는 것도 성직자의 일이겠지. 상부의 명에 따라 마녀를 구금한 사제 콘라드는 그리 여기고 있었다.

살짝 문을 열자마자 그 틈으로 알콜향이 쌔하게 퍼져나왔다. 냄새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지독했다. 샴페인에 취한 마녀는 비틀거리며 사제에게 다가왔다. 그 가련한 얼굴에서 보리라고는 미처 생각치 못한 기묘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양 팔을 벌리고 마녀는 사제의 이름을 불렀다. 술에 취한 마녀의 발음은 오히려 평소와 같은 머뭇거림이 없이 또렷했다.

“콘라드.”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며.

성기게 두른 망토는 어깨 밑으로 흘러내렸고 얼굴에 맨 붕대 역시 흐트러졌다. 답답한 듯 마녀는 안대를 뜯어내었다. 엉성하게 감긴 붕대 밑으로 번뜩이는 푸른빛의 안광이 비쳤다. 콘라드는 다시 한 번 자문했다. 이 소녀가 어째서 마녀일까? 이는 사람을 홀리는 마녀의 눈이다. 똑바로 마주쳐 오는 시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만 악에서 구원하소서.

마녀는 다시 한 번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름을 불렀다. 쓰디쓴 알콜향이 담긴 숨이 이제는 달큰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닿은 마녀의 체온은 바다처럼 차갑기는 커녕 꽤 뜨뜻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