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경어를 쓰지 않는다. 모두가 나를 레드그레이브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도 알고 있건만, 그는 나에게 경칭은 커녕 네 녀석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는 입을 다물고 있다.
“닥터, 제작 경과를 직접 레드그레이브님께 설명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습니다만…”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 정비 때 설명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반말을 하면 또 한참 시끄러워지겠지. 그러니 나에게 존대를 하느니 차라리 거짓말을 해서라도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별난 종자다, 라고 생각하며 지긋이 쳐다보자 눈치채고는 시선을 돌린다. 정말 별난 자가 아닐 수 없다.
주기적으로 정비를 하러 와서 그는 내 몸 구석구석을 관찰한다. 그러면 나는 나를 관찰하는 그를 관찰한다. 손에는 얇은 장갑을 낀 채다. 손가락은 진주로 된 작은 구슬을 들어올리기라도 하는 양 늘 섬세해서, 그 손을 보고 있으면 나는 다른 이의 손에 몸을 맡기면서도 항상 안심할 수 있다. 나보다 좀 더 푸른빛이 도는 눈은 평소보다 더 진지한 빛을 띈다. 가끔 그 눈을 들면 그를 빤히 관찰하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면 필요없다는 듯 곧 다시 눈을 내린다. 그러면 늘상 그렇듯이 기묘한 정적 속에 정비를 마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닥터.”
“왜 부르지?”
그는 여전히 눈을 들지 않은 채다.
“내가 싫은 건 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주변에 맞춰줄 수는 없는 건가? 언제까지고 그렇게 말을 회피할 수는 없지 않겠어.”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든 그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생각하고 있던 모습보다 좀 멍청하고 당황한 표정이다.
“레드그레이브.”
이렇게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적기에 더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내가 정말 당신이 싫어서만 경어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므로 나는 대답해야만 한다.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면, 무슨 이유가 있지? 수많은 가능성이 마음속을 어지러이 떠다닌다. 하지만 제대로 사고를 할 수가 없다. 이미 마음이 하나의 대답에 강하게 붙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충 점검은 다 끝났으니 이만 가 보도록 하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생각에 잠겨 대답할 타이밍을 놓친 나는 그를 붙들려고 했다. 그리고 가운자락을 잡아버리는 탓에, 그는 그만 자리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읏.. 무슨 일이야, 대체.”
“실수다.”
더 이상 수습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빠르게 대답해야만 했다. 그러자 그는 나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뒤돌아 나간다.
그리고 이미 무언가 수습하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기 직전에 본 그의 표정이 머리를 맴돈다. 그가,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던가?
그 후로 정비하는 동안, 나는 그에게 조금씩 더 말을 걸게 되었다. 그가 레드그레이브라고 부르면, 그리고 따스한 미소를 지으면, 그제야 나는 흡족해져 태연함을 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