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춰요, 레드그레이브.”
오랜만에 만난 여자에게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선율에 맞춰 한참을 그림처럼 휘몰아치던 두 사람의 스텝은 남자가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끝났다.
“언제나 완벽해. 훌륭해, 레드그레이브. 그렇지만 역시 난 이 쪽이 좋네.”
말을 하곤 그라이바흐는 장난스럽게 레드그레이브의 뺨을 잡았다. 레드그레이브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거?”
“그거.”
이어진 것은 춤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제멋대로의 스텝이었다. 그것이라고 지칭은 했지만 그저 두 사람이 함께 공부하던 시절에 장난처럼 연습하곤 하던 자기들만의 몸동작일 뿐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오래 지난 탓인지 곧 발이 엉키고 레드그레이브는 그라이바흐의 품 위로 쓰러졌다. 웃음소리가 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