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우스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크로우는 그만 발을 멈추었다. 작열하는 태양부터 한없이 펼쳐진 평원, 개미처럼 점점이 수놓아진 황혼녘의 양떼는 캔버스니까 담아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광경이었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눈앞의 일에 일희일비하는 보통 학생들하고는 시야 자체가 다르잖아. 그리고 그렇게 감탄하다가 뒤를 돌아봤을 때 깜짝 놀라는 것 역시 어쩔 수 없었다. 가이우스 워젤은 학생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키가 큰 사람이었다.
“아, 미안. 와 있는 줄도 몰랐네.”
“괜찮다. 종종 있는 일이니까.”
자신의 그림을 보고 시선을 빼앗기는 일을 말하는 거겠지 싶었다. 저 외모와 체격으로 눈에 띄지 않기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
“방에 멋대로 들어와서 미안. 그림을 보고 눈을 딱 뺏겨서 말이야. ”
“클라라 부장의 지도에 따라가려면 모자라지만. 칭찬 고마워.”
선후배 관계라든가 나이차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말투였다. 그럼에도 불쾌감은커녕 도리어 신뢰감이 든다는 게 이 남자의 대단한 점이겠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너는 졸업하면 고향으로 돌아가겠구나.”
“흐음?”
“이 그림들이 딱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잖아. 이걸 그린 사람의 마음은 여기에 존재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눈에 띄는 문신을 보란듯이 드러내고 있지도 않을 테고.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눈앞의 이국인을 바라보는데 잠시 후 가이우스가 웃었다.
“후후, 나는 분명 지금 여기에도 존재하고 있어.”
“엣.”
“고향을 지키기 위해 토르즈에 진학했으니 졸업 후 돌아갈 예정임은 사실이다. 나는 늘 고향을 기억하고 있고, 지금 다리를 딛고 있는 이 땅과 바람의 은혜 역시 느끼고 있어.”
“…그런가.”
크로우는 잠시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한편에 걸려있는 푸르고 하얀 전통 의상, 그리고 그림 속의 광경. 눈앞의 남자는 순례자 같았다. 너는 분명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겠지. 푸른 천을 걸치고 마을 사람들과 아침의 기도를 하고 평원에서 양떼를 치는 모습이 어울리겠지. 동경할 만한 모습이라 크로우는 잠시 그런 순례자에 자신을 대입해 본다.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어릴 적의 해안과 사람들과 이제 잘은 기억이 나지 않는 웃음소리를 거쳐서 생각의 끝에는 아주 잘 봐줘야 순교자가 있다. 미래를 보는 사람과 과거를 보는 사람이 지금 이 방 안에서 함께 발을 딛고 서 있는 것만은 같아서. 크로우는 가이우스의 바람대로 그의 고향이 오래오래 평안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조금 더 느리게 흐르기를 기도하려다가, 그럴 시간에 지금을 살기나 하자는 생각에 웃으면서 가이우스의 팔을 툭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