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크로우는 자기 얘기를 한 적이 드물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다. 여름방학 시기에 집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학생식당에 들러붙어 아주머니에게 수다를 늘어놓고 있을 때나, 후야제에 가족 누구도 오지 않았을 때마저도 아무런 의구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마 술법일 거야. 그 여자의.”
우유를 할짝거리던 셀린이 의문에 답했다.
“환술이라고 완벽한 건 아니지만, 호기심을 경감시키는 정도는 되겠지.”
“그러면 지금 이건, 술법이 풀린 반동 같은 건가?”
알고 싶었다. 바로 건너방에서 함께 지내면서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이 바보같아 매일 스스로를 책망했다. 후회했다. 늘 같이 있었던 그 날로 돌아가 잡아주고 싶었다. 자세한 사정을 묻고 싶었다. 밤마다 그런 꿈을 꾸었다. 알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따지고 싶었다. 울고 싶었다. 늘 허울 좋게 웃던 얼굴에 모된 말을 쏘아주고 싶었다. 멱살을 잡고 싶었다. 늘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하던 시선을 이쪽으로 고정시키고 싶었다. …싶었다. 싶었다.
고양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소년을 노려보더니만 꼬리를 홱 말아올리고 못 봐주겠다는 듯 등을 돌렸다.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린 슈바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