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 드물게 되었다. 그 애는 그 애를 좋아한다고. 늘 곁에 있고 싶어하고,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싶어하고, 눈길을 끌고 싶어서 목소리를 높여 뛰어다니고, 그 정도로는 모자라 새벽 숨부터 오후 단꿈까지 소유하고 싶어한다고.
“뭐, 생각해보면 전부터 그런 낌새가 있었지…?”
“이츠키 선배 본인만 빼고 다 알걸. 어련히 모르는 척 해줘야지.”
그렇게 주변을 떠도는 재잘거림 속에서 이츠키 슈는 언제나와 같았다. 가늘고 긴 팔을 들어 아침 요리를 하고, 옷의 치수를 재고, 레이스를 뜨고 무대를 그렸다. 그러므로 카게히라 미카는 제 마음도 언제나와 같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미 터질 것 같은 마음도 더 커질 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카게히라. 앞치마를 부탁하마.”
미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나오자, 앞치마를 입은 채 반쯤 등을 돌린 슈가 보였다.
“어…? 이거 매달라고?”
대답 대신 슈가 뒷걸음질로 두어 발짝 다가가자 미카는 엉성한 품으로 등 쪽에 달린 끈을 양손에 쥐었다. 미카는 아직도 잠이 덜 깨어 몽롱한 눈을 들었다. 코앞에 살짝 숙인 하얀 뒷목이 보인다. 아침에 샤워를 한지 얼마 안 됐는지 달큰한 샴푸 냄새가 나고, 머리카락 끝에 살짝 물기가 남아 있다.
“뭐하고 있는 거지?”
“어, 어? 이게 잘 안 매지네. 손이 자꾸 미끄러진다.”
하지만 공중에 뜬 손에는 매듭을 지을 의지가 없다. 미카는 반쯤 숙인 슈의 뒷목 위로 고개를 숙였다. 숨이 닿을 듯, 혹은 겨우 닿지 않을 듯. 미카는 그대로 가만 눈을 내리깔았다. 당신은 이럴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슈가 뒤를 홱 돌아보았다.
“그만.”
예기치 못하게 곧이 마주한 얼굴에 쭈뼛 소름이 돋았다.
“그만해. 카게히라.”
완강한 목소리, 평소보다 더 가늘게 뜬 눈매. 날카로운 표정을 보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리고 웃음이 나는 것이 순서였다. 몇 번이나 상상해온 순간이었는데, 결국에는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 모를 리가 없지. 누구라도 눈치채는 마음을 당사자만 모를 리가 없지.
“…미안, 스승님.”
그 정도로 말하고 넘어가면 좋을까. 하지만 더는 없는 척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가슴에, 눈가에 울컥 치솟는 것이 있었다.
“기분 나쁘지. 옆에 계속 붙어 있는 놈이 이러고 있고. 언제부터 알았나? 기분 나빴지? 어떻게 모른척 했나?”
“당연히 기분 나쁘지.”
그렇게 말하고 슈는 살며시 웃었다. 허물어지는 것 같은 미소였다.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채 옆에서 간질거리고 있으면, 당연히 기분 나쁘지. 카게히라. 세상에 사랑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귓가에 속닥거리는 소리로, 독백 같은 욕망이 남았다. 네 애정이 온당하게 내 것이라고 말해줘.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 눈짓부터 손짓까지 전부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줘. 슈는 마디가 앙상하게 튀어나온 손을 잡고 제 허벅지 위로 올렸다. 옷감이 버석거리는 소리가 나고, 손가락이 살 위로 움푹 들어간 자국이 생긴다.
그리고 짧은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