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와타 기반 토모와타

역시 리퀘받은 토모와타입니다.  NTR 날조 캐붕 낭낭합니다. 선님이라면 이런 내용 좋아해주실거야.. 하고 썼지만 정작 다 쓰고 올리려니 좀 손이 떨렸다… 사실은 즐겁게 썼습니다!!!!!

***

 

1. 마시로 토모야는 유메노사키 학원을 졸업하면서 아이돌 활동을 그만두었다. 이렇게 되리라 예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비웃고 낮춰보는 사람 또한 없었다. 너는 어디서 뭘 하더라도 잘할 거야. 그런 말을 들으면 토모야는 씨익, 특유의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믿음직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아주 특출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일반인으로서는 제법 훤칠하고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인상으로 자란 터라 토모야는 기대보다도 좋은 기업에 입사했다. 마시로 토모야는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반짝거렸다. 어딘가에서 단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지치지 않고 의견을 내고, 주변을 자연스레 이끌었다. 그 흔한 불만과 잡음도 거진 없었다. 그런 것이 토모야의 재능이었다.

드물게 싹싹하고 성실한 청년을 눈여겨 본 선임과 상사들이, 친척이나 아는 동생을 토모야에게 소개시켜 주려 했다. 그때마다 토모야는 멋쩍게 웃으며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없다. 성실한 마시로 토모야는 가끔 일찍 귀가하려는 욕심을 보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만, 집에 어여쁜 보석이라도 두고 와서 어서 가서 확인하지 않고는 못 견딜듯 애달아하는 태도였다. 가끔 업무 중 토모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얼굴이 부드러운 기쁨으로 가득했다. 응. 아직 안 끝났어요. 걱정 말아요, 금방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요.

목소리가 녹을 듯이 부드러웠다. 나이 든 사원들이 흡족하게 웃었다. 그렇지, 저런 괜찮은 사람한테 제 짝이 없을 리가 없지. 왜 숨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존댓말하는 걸로 보아 연상인가? 그런데도 저렇게나 좋아 죽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미인인가 보아.

 

2. 작고 평범한 일본식 주택이었다. 뜰에 하얀 울타리를 세워 놓고, 붉은 줄을 매어 놓은. 말쑥하게 정장을 빼 입은 토모야가 퍽 신이 난 걸음걸이로 작은 문에 뛰듯이 걸어갔다. 그리고 벌컥 연 문을 꼼꼼하게 닫은 후, 속삭이듯 외쳤다.

“와타루, 나 왔어요.”

대답은 없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지쳤으려나? 미안해요, 과장님이 딸이 대학 붙은 자랑을 하면서 한참 붙잡는 바람에. 대신에, 이렇게 큰 케이크를 얻어 왔어요. 떡도 이것저것 있고. 제법 맛있게 생겼더라고요. 오늘 저녁은 초를 켜요. 스크린 앞에 초를 켜고, 케잌을 자르고, 와인을 따고 같이 코타츠 안에서 영화를 보는 거예요. 아, 와인보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쪽이 나으려나? 선배는 의외로 신 건 좋아하지 않으니까. 저번에도 조금 남겨서 버렸잖아요.”

대답 대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토모야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3. 사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3주였나, 한 달이었나, 히비키 와타루가 우스운 이야기를 한 지 그쯤이나 지났을 적이었다. 방과 후에 곁에 앉아 영화를 볼 때마다 토모야는 제 심장소리가 밖으로 들릴까봐 잔뜩 숨을 죽였다. 하지만 창공을 나는 새가 숨을 죽인 작은 토끼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부장. 그만 좀 붙어요. 부장은 가뜩이나 덩치가 커서 부담스럽다고요. 이런, 토모야 군은 이 히비키 와타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얼마 전부터 저를 쳐다보려 하지도 않고, 눈도 자꾸 피하고 말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이제 이 빈 집에 오는 것도,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질린 게로군요. 괜찮습니다. 사람은 사람에게 질리고 종국에는 싫어하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아니, 싫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요! 그러면요? 네? 토모야 군은 제가 좋은가요? 조, 좋다면……, 좋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Amazing! 저도 당신을 좋아한답니다! 저기, 부장.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알고 있습니다. 나를 잡겠다고, 그렇게 열렬한 대사를 하고서 이제 와서 숨기려 할 줄은 몰랐네요. 그러니까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당신의 히비키 와타루입니다. 아니면,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요?

대답은 따로 필요 없었다. 토모야는 울고 있었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토끼처럼 발갛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아뇨, 나는…….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언젠가는 부장만큼 커질 거예요……, 눈높이를 맞추고, 머리카락을 잡을 수 있을 만큼……, 멋진 남자로 자라서, 옆에 나란히 설게요. 당신의 상대로.”

 

4. 칠석제를 마치고, Knights와의 합동 공연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며 한창 활동에 물이 오른 Ra*bits였지만 그중에서도 토모야가 가장 열심이었다. 처음 학원에 입학해서 자신도 이 안에 당당히 낄 수 있을까 걱정하던 때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졸업식이 가까워질 때 즈음이 되자 학생회와 1-A의 모두가 토모야를 흐뭇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토끼들로 말하자면 기대되는 신성이었다. 마침내 학원 대표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겼다. 멤버 모두가 감격해서, 또 토모야는 뿌듯해서 많이 울었다. 이 정도면 부장의 머리 끝 정도는 잡을 수 있겠지. 토끼는 날지는 못해도, 있는 힘껏 높이 뛸 수는 있으니까. 부장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어야지.

폭죽이 터졌다.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열광의 도가니 가운데서 토모야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관객석에 몇 번이고 거듭 인사했다. 지금까지 학원에서 지낸 시간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부장도 관객석에서 보고 있겠지. 있겠지. 있어야, 하는데.

히비키 와타루는 관객석에 없었다. 기뻐하던 멤버들을 뿌리치고 넋을 놓은 사람처럼 학원 곳곳을 떠돌아다니던 토모야는 학생회실 앞에서 기다리던 목소리를 들었다.

이럴 때 불러서 미안하네. 귀여운 토끼 군이 공연할 차례였는데. 케이토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괜찮습니다. 저는 당신의 왼팔이니까요.

후후. 이제 나는 졸업하니까 다른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는 또 듣기 좋은 소리를 하네. 이제 사라질 지위도, 여력 없는 몸뚱이도 단물이 빠지고 재미없어져서 버린 게 아니었어?

그럴 리가. 저는 당신의 히비키 와타루입니다.

그래? 그러면 증명해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설적인 소음.

 

5. 마시로 토모야는 몇 날 며칠을 앓았다. 히비키 와타루는 매일 방과후마다 토모야의 집에 찾아갔다. 처음에는 토모야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며 방문을 막던 토모야의 부모님이, 며칠 후에는 이러다 우리 애 죽겠다며 울며불며 한사코 와타루를 토모야의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떠밀리듯이 들어선 방 안에서는 병든 사람의 냄새가 났다. 언젠가 길러 주신 부모님의 방에서 나던 냄새였다. 그렇지. 원래 사람은 쉽게 죽는 것이었지. 생각하는 동안 토모야가 말도 안 되게 초췌한 얼굴로 작게 물었다.

“왜 왔어요?”

와타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봤어요. 짐작하고 있겠지만…….”

와타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어요. 아마 부장도 내가 아는 걸 알고 있었겠지. 아예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요. 그 말을 할 때부터. 그래도 내가 끝까지 노력하면, 당신의 머리카락 끝이라도 잡을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나를 똑바로 봐줄 거라고……. 그런데.”

토모야가 손등으로 젖은 뺨을 찍어 눌렀다.

“그런데 처음부터 전제가 잘못되어 있던 거예요. 애초에 이건, 학생회장에게도, 나에게도, 날개도 없이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당신을 땅으로 누르는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또 사람을 영영 잃는 것에 미칠 듯 겁에 질린 와타루는 그 말에 동의했다.

 

6. 나는 새를 병들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와타루의 집 창문에 굵은 창살이 생겼다. 이제 그는 전처럼 활동하지 않는다. 가끔은 목소리를 빼앗고, 가끔은 사지의 자유를 빼앗았다. 그런 채로도 히비키 와타루는 몸짓만으로도, 혹은 목소리만으로도 눈물겨울 만큼 훌륭한 재주를 선보였다. 그런 것이 천재이다. 그리고 토모야는 그 모양새를 보며 흐뭇해했다. 새장 안의 새는 아름다울수록 주인을 기쁘게 하는 법이다.

와타루는 가끔 가려운 듯 날갯죽지를 긁었다. 토모야가 그 자리에 여섯 번 입을 맞추면 가려움증은 가라앉았다. 와타루. 와타루. 나의 와타루. 새가 갈라진 목소리로 노래한다. 네, 당신의 히비키 와타루입니다.

한 번은 텐쇼인 에이치가 수소문 끝에 히비키 와타루를 찾아왔다. 에이치는 일조량이 적어 해쓱해지고 운동량이 적어 움직임도 부자연스럽고 기이한 목소리로 말하는 와타루를 내려다보며, 너는 이대로 괜찮으냐고 물었다. 창살 아래서 와타루가 말갛게 웃었다.

“에이치.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