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우 다음으로 아픈 손가락이지만 동시에 자꾸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였던 린 슈바르처와 결말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한 것. 덮어놓고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결말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물론 스포일러 빠방.
내용 조금씩 추가중.
1. 배경
린은 어릴 때 입양되어서 슈바르처 가문이 귀족들 사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했고 이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언젠가 가족을 떠나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 캐릭터. 나는 여기에 크게 이입하지 못했는데 ‘린의 가족관계가 비틀려 있다’고 해석하던 다른 분들에 비해 내가 보기에는 린의 가정은 충분히 풍요로워 보였기 때문에… 루시아가 ‘어머니가 아들을 맞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요.’라고 말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내가 아주 원만한 가정에서 자라지는 않아서 기준이 너무 널럴한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여튼 내가 일차적으로 느끼기에는 그랬던 것. > 드씨 스크립트를 다시 읽으니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여튼 여러모로 중요한 내용을 드씨로 빼버린 팔콤 깐다.
아무튼 린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 모를 힘도, 출생도. 그래서 가족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린에게 (엘리제가 시작이었지만)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자신을 받아들여준 7반과 주변 인물들. 그리고 그 마지막에 있는 크로우. 사실 린이 왜 그렇게 반드시 크로우를 되찾으려고 해야 했는지는 이것만으로는 모르겠다(…) 스칼렛 구출 후 했던 말을 보면 ‘살아서 죄값을 치르라’고 하고 이게 본심이라고 보는데, 정말로 어떻게 하려는 생각이었을까? 크로우에게 그런 길이 가능했을까? 뭐 졸업식 참여 정도는 가능했을 거라고 보는데, 재상이 살아있다는 걸 몰랐던 시점에서는. 아이고 사담이 너무 멀리 왔네.
아무튼 나는 린크로린을 밀지만 둘이 그렇게 서로 깊이 이해했던 것 같지는 않다(…) 원래 사랑이 이해랑 동치는 아니잖아. 린은 크로우를 이해할 겨를이 없었고 크로우는 린을 이해할 여유가 없었음. 굳이 따지자면 크로우 쪽에서 린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보지만 린의 과거에 비하면 자신은 별 거 아니라고 자조했다는 인터뷰도 그렇고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특별한 존재였던 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크로우는 너와 나의 차이가 ‘어지간한 수라장 정도로는 좁혀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결국 그에게 닿았다고 생각한 직후에 크로우가 죽음으로써 린이 크로우와 같이 ‘스승이나 선배와 같은 사람의 삶이 부정당하고 죽는 것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 사담이 아주 뻐렁치고 있다.
아 생각할수록 모르겠다… 그냥 라이저끼리는 운명을 느끼게 되어 있는 듯 운명의 호모 서로 사랑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최애커플 맞습니다.
2. 크로스벨 총독부 임시 무관
내가 외전 보고 제일 이해 못했던 거. 내가 보기에는 옳지 않은 일인데, 크로우의 과거를 기억하고 재상 멱살까지 잡았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답은 대강 이렇게 나오는 것 같은데
1) 그게 그렇게 엄청 잘못이라는 생각이 없다
2)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뒷받침
3) 위 둘 다
처음에 내가 의문을 가졌을 때는 협박에 의해 반강제로 그렇게 되었을거라는 추측을 주변분들께 들었는데 린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협박으로 강제됐다고 표현될 만한 과정을 거쳤다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 같음. 그리고 ‘민간인에게 해가 되는 요청이라면 분명히 거절’할 거라고 말했는데 크로스벨에 관련된 작전에 대한 거절이 불가능했다고 생각하기도 힘듦…
그냥 섬궤에서 보여지는 제국출신 7반의 크로스벨에 대한 인식은 ‘힘도 없으면서 까부는 속국’ 정도였고, 외전이라고 몇달만에 거기에서 아주 뒤집히지는 않았을 듯하다. 줄라이와 연관시켜 생각하는건 게임 밖의 나뿐이고 덕분에 나나 영벽궤 플레이어만 속 뒤집어지는 사태가…
http://bbs1.ruliweb.daum.net/gaia/do/ruliweb/detail/ps/read?articleId=7351494&bbsId=G001 린의 직위에 대한 글. 정말 맞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 정도면 정말 그릇된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거절하지 않았을까(…)
클레어에게 ‘당신들의 노림수가 먹혀들었기 때문이죠’라는 대사를 치긴 한다.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첫째로 후일담이나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듯 린을 영웅으로 추앙함으로써 제국 시민들이 젊은 영웅의 존재에 정신적으로 기대고 전쟁에 참여하기를 기대하도록 유도한 것. 그리고 지금까지 본 린은 타인의 기대를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전쟁에 참여하는 게 썩 하고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임시로 일익을 맡게 된 듯. 둘째로는 기술동의 대화에서처럼 제국에서 이미 크로스벨을 점령하고 공화국이 쳐들어온 후에 크로스벨과 제국의 방어를 위해서는 ‘힘’을 보이고 빠르게 격파하는 게 나은 상황을 만든 것. (물론 나는 별로 동의해주고 싶지는 않다만…) 셋째로는 정부의 압력을 학교 등에서 아예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 그래도 정말 동료의 안위 같은 것이 직접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왔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랬으면 린이 반발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노림수’ 정도의 표현으로는 안 끝났을 듯… 아무튼 가장 큰 것은 역시 1번에 더해서, 린이 유도되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걸 꼭 거절해야만 한다고 느끼지 않았고, 그만큼 그르다는 생각 혹은 크로우의 과거의 한에 대치되는 행위라는 생각은 없었다고 생각.
게임의 린은 원래 그런 애였다. 자기가 필요하다니까, 적국의 위협으로부터 제국과 속국을 지켜야하는 상황이 된 것 같으니까 수락할 수 있었겠지. 가서 ‘무력 부분의 크로스벨 대사’라는 ‘크로스벨 임시 무관’ 한달동안 받아들이고 싸우다 보니까 딱히 원해서 한 것도 아닌 전쟁놀이 역시나 재미없고 렉터의 요청도 받아들이긴 했는데 쟤들 만나보니까 신념있고 즐거워보이고 착잡하고 돌아와서 아.. 나 잘한걸까 싶고 그랬을 것 같음. 그래도 성격상 감투 썼으니까 일단 해야되는 데까지는 하고 돌아온 듯.
사실 후일담에서 보면 크로우 엄청 기억하던데 정말 연관지어 생각을 못했나?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남겨둔 꿈에망상에가능성이 2번… 아 통수와 썩시딩유파더 상상만 해도 너무 좋다
3. 린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http://bbs1.ruliweb.daum.net/gaia/do/ruliweb/detail/ps/read?articleId=7315469&bbsId=G001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글? 아무튼 린은 이미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주변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 되찾고 그저 함께하는 것. 그런데 그 정점에 있었던 크로우가 죽음으로서 실패했다. 그리고 스스로 그 소중했던 7반 멤버들을 떠나보낸다.
7반 멤버들이 떠나는 건 아마… 역시 너무 괴롭기 때문이 아닐까. 후일담 교실에서 이야기하다가 다같이 빈 자리를 바라봤던 것처럼. 거기다가 크로우의 유언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떠난다. 엠마는 언니의 행방을 찾아서, 마키아스는 제도의 정치학교에 입학, 알리사는 섬궤1 끝에서 이미 답을 냈듯이 라인폴트 사의 후계자로서 수행하러, 라우라는 더한 강자들에게 닿기 위한 검술 수련, 유시스는 형의 공백을 채워, 엘리엇은 제도 음악원에 편입, 피는 토발과 사라와 함께 지내며 가족들의 동향을 알러, 가이우스는 고향을 지키러, 밀리엄은 본래의 위치로. 밀리엄 제외 이 아이들이 VII반 입학 당시 각자 자신의 길을 헤매던 아이들임을 생각해보면 잘 되었다. (유시스는 상황이 좀 미묘하다만 섬1에서부터 바레아하트 주민들과 포카포카하게 교류하고 차기 바레아하트 지도자로 기대받던 걸 생각해보면 적성을 찾은 건 맞음)
그리고 린은 단지 그 자리에 남는다. 린을 신경쓰며 주저하는 7반 멤버들을 단호히 떠나보내고, 별로 내키지 않는 요청을 받아들인다. 정당성을 확실히 모르는 전쟁에 병력으로서 참여하는 건 확실히 린이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방을 찾아다니며 ‘이미 이야기를 마쳤다’고 하는 것과, 그 후 마지막으로 크로우의 방에서 ‘네 덕분에 앞으로 갈 수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크로우의 유언이 각자 떠나는 데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아마도… 린이 혼자 남은 것은 린은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린에게 너무 큰 힘이 주어졌고 린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직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린은 그 힘을 눈앞에 보이는 대로 한 달 동안 휘둘렀고 섬궤2의 결과를 얻었다. 어쩌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한 발짝 성장하기 위해서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린 자신에게서는 비교적 갑작스럽게 얻은 큰 ‘힘’을 떼어놓을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성장해야 할 다른 급우들과는 또 다르다. 비록 귀신의 힘이 린이 바란 것이 아니고 그 때문에 린은 많이 헤맸지만 드씨 시점에서 린은 받아들였고, 발리마르와의 계약도 ‘그대 힘을 바라는가?’ 라는 말에 대답해서 된 것. 그렇기 때문에 후일담의 린은 드씨의 연장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후일담의 린은 ‘제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고 ‘힘을 가진 자로서 각오가 되어있다’고 했다. 그 대화를 한 후 얻게되는 게 크로스벨 타임즈 호외지만… 린은 일단 그 힘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걸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기로 했다고 생각해 봄. 비록 그 길에 실수가 있더라도. 그러다 보면, 이 힘을 갖고 가야할 길도 알 수 있을 거라 여긴 것이 아닐까……?
린이 하고 싶은 것. 슈바르처 가문을 이을 생각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고 유격사 제의를 받기는 했지만 지금의 입장에서는 미묘. 사라와의 대화를 한 번 더 봐야겠다. 아무튼 린의 상황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생각해버리면 좀 슬퍼진다. 그래도 팔콤이 ‘차기작을 기대할 수 있는 형태로 후일담을 넣었다’고도 했고. 린이 그렇게 말했다면, 일단은 지금까지보다 좀 더 마음을 놓고 기다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렇다면 네가 조금 더 헤매도 괜찮아. 하지만 앞서 그 절망을 겪었던 어느 선배의 비극적인 인생을 답습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 근데 2차생각하면 존좋)
덧붙임 – 물론 린이 어떻게 나와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로이드나 사라, 가이우스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이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더 좋겠고… 7반 각자부터가 자신의 길을 위해 떠났으니 린을 다시 만났을 때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차기작 1년 후 희망.
덧붙임 2 – 어쨌든 엔딩 꼬라지는 용서못함 여기까지 정리하는 데 n달 걸렸음
덧붙임 3 – 드씨스크립트 읽으면서 다시 신경쓰이는 게 린이 집으로 안 돌아가고 있던 거… 드씨에서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여 자신의 진실을 알아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다’고 했고, 최종전 직전에는 돌아와서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걸 그런 형식으로 알게 되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궁금할 법은 한데 말이야. 그래도 엘리제랑 대화했으니… 이쪽 대화는 자세한 건 패스해서 다시 플레이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