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oboros

1. 판데모니움의 의회와 깊이 연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를 알고 있었다.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붉은 머리에 어울리게, 늘씬한 몸매가 돋보이도록 빨간 스틸레토를 신은 미모의 비서. 누구라도 눈이 바로 돌아갈 정도로 화려한 외모이건만 동공이 길게 세로로 찢어져 있다.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외모적 특성 탓으로 리아가라는 표면에 나와서 활동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의회와 교섭해 본 자라면 의회장 레드그레이브를 늘 곁에서 지키고 있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리아가라를 조금만 지켜보면, 그녀가 겉으로만 화려한 꽃일 뿐 누군가에게 웃음을 짓거나 열매를 맺을 종류의 사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어리석게도 누군가 숨 가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가 개인적인 행복에 겨워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또는 자신이 그 행복을 안겨줄 수도 있으리라는 달콤한 환상에 빠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 엔지니어 모 씨도 그 중에 하나였다. Ouroboros 더보기

Ghost Save the Queen

때는 늦은 겨울이었다. 모든 이파리는 10월에 시들었고, 11월에 비틀렸다가 12월에 떨어졌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허허벌판에서 살을 엘 듯이 차가운 바람만이 거칠 것 없이 질주했다. 가장 귀한 여자의 얼굴은 칼날 같은 바람을 맞아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를 보는 남자는 어찌할 바 몰랐다.

“미안해, 레드그레이브. 이 정도로 추울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그라이바흐. 1월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누가 그랬을까? 통치자의 권한으로 달력이라도 재개정해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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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그녀에게 가진 감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살가드는 세상을 통괄하는 자에 대한 경의라고 말할 것이다. 거짓이 아니었다. 물론 그는 다른 수천수만 가지의 답변도 할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한마디로 정의내리라고 한다면 살가드는 차라리 그 사람을 와이어로 찢어버리고 도망치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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