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즈] 탄야까뮤히카

틀비 액토출전기념 받은 리퀘입니다 222222 알페님 리퀘! 너무 개인취향이 많이 들어가서 괜찮으실지…ㅠㅠ 수위묘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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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 데샹의 삶은 기실 완벽하다. 뿐만 아니라 화려하다. 재능, 수려함, 젊음, 권력. 온갖 빛나는 수식어가 까미유의 삶을 따라다녔다. 국제의료봉사단체의 젊은 회장은 시끄러운 파티의 가운데에서 빳빳하게 다린 양복을 입고 포도주가 든 잔을 높이 치들었다. 선망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여자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국회의원과 사업가들이 낮게 박수를 친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까미유는 혼자 어둔 방에 들어와, 흰 양복 재킷을 침대 위에 대충 던져놓았다. 그리고 책상 위 나지막하게 놓인 전등을 틀고 책상에 앉았다. 어깨를 숙이고 한숨을 내쉰 후, 까미유는 종이 위에 몇 자를 적어나갔다.

히카르도 바레타에게.

여기까지 적고 까미유는 고개를 저었다. 몇 글자를 더 붙이고 싶었다.

친애하는, 히카르도 바레타에게.

오늘 네가 왔던 것을 알아. 행사를 지키던 경호원들에게 들었으니까. 유능한 친구들이지. 싸웠으니 알 거야. 다친 얼굴은 무사한가? 좀 더 몸조심하도록 해. 너는 남한테 쉽게 속고 머리도 나빠서 가진 거라곤 몸하고 좀 볼만한 얼굴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다시 여기 오지 않았으면 해. 찾아와도 나를 볼 수 없을 거다.

더 뭐라고 써야 할까? 뭐라고 하면 좋을까? 생각에 빠져 까미유는 주변에 검은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도 알지 못했다. 안개가 여자의 모습이 되고 그제야 까미유는 혼자가 아닌 것을 눈치챘다. 까만 여자가 어깨에 기대어 독 품은 숨을 속닥거렸다.

“친구에게 쓰는 편지인가?”

“뭐, 그렇지.”

“네 손으로 팔아넘긴 친구에게, 할 말이 남았어?”

“그냥 써본 것 뿐이야. 생각을 정리할 겸 해서.”

“그럼 이건 필요없겠군.”

여자는 까미유의 어깨 너머에서 입을 오므리고 검은 숨을 뱉었다. 하얀 종이가 숨이 닿은 부분부터 검게 오그라들어, 곧 책상 위에는 지독하게 새까만 웅덩이밖에 남지 않았다. 여자가 까미유의 목을 뒤에서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미아도, 미쉘도 이미 처치는 끝났어. 그 나이 여자애들은 깜찍하게도 감정이 풍부해서 너무 쉽게 물들지. 아무리 웃으려 해도 불안정하고 속이 검게 들끓을 거야. 능력자가 독에 오염되었다는 건 그런 거니까.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겠지. 모두 우리 손 안에 있어.”

탄야는 킥킥 웃으며 무표정한 까미유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네가 바라던 대로야, 데샹. 기쁘지 않아?”

“기뻐, 탄야.”

“너는 더 이상 길거리의 고아가 아니야. 모두가 너를 떠받들어. 힘도, 권력도, 능력도 발치에 널렸지. 원하던 걸 모두 이루었잖아? 그러니 웃어, 데샹.”

상대가 잠자코 말이 없었기에 탄야는 더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추었다. 까미유는 가만히 눈을 감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까만 여자는 하얀 남자에게 더욱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까미유는 불편한 것을 좋아하는 성미가 아니어서 머지 않아 자리를 옮겼고 곧 침대 위에 던져놓은 흰 재킷이 구겨졌다. 재킷 구겨지고 엉망진창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질 때쯤 품 안에서 탄야가 만족스럽게 속삭였다.

“친애하는 까미유 데샹.”

속삭이는 숨은 언제나처럼 서늘한 독을 담았다.

“주변의 능력자들을 오염시키면서, 정말 자기 자신도 오염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까미유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대답할 말은 없었다. 다만 할 수 없는 말이 있고, 보낼 수 없는 편지가 있고, 만나서는 안 될 상대가 있었다.

너는, 여기 오지 않았으면 해.

[사이퍼즈] 레바님 리퀘 다톰

사퍼 최애 틀비가 액토 활약한게 넘 기뻐서 리퀘받았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레바님이 리퀘주신 다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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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무스 홀든은 동생을 돌보는 데 이골이 났다. 첫째 동생이 세 살 터울, 다섯 살 터울. 지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로 아는 놈과 장난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놈. 범상치 않은 녀석들을 돌보느라 어릴때부터 골머리를 썩다가 다이무스가 터득한 요령은 그저 과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부러 맞춰주거나 힘으로 눌러도 어디로 튈지 전혀 모르겠던 녀석들은, 오히려 가만 무게를 잡고 서있으면 언젠가는 형에게 의지하겠다고 돌아온다. 벨져가 검을 연습한다며 장미 화단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때 그랬고, 이글이 크리스티네의 치마를 들추다가 기어이 울렸을 때도 그랬다. 삼형제 중 장남이라는 게 어쩔 수 없어서 자기보다 어린 애들은 죄다 돌봐야 할 말썽쟁이로만 보였다.

가끔은 동생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벨져 녀석이야 워낙 몸을 꽁꽁 숨기고 있으니 도리가 없지만, 이글 녀석이 사고 없이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되어 연합에 찾아가면 다들 어색하게 웃으며 흘끔거렸다. 회사의 에이스가 적대하는 연합에 찾아왔다, 는 것만으로도 화젯거리라 이글은 싫다고 난리를 치는 게 예사였다. 신기한 동물 보듯이 약간 거리를 둔 시선에 익숙해졌다. 단 한 명만 빼고, 그랬다.

“안녕하세요! 다이무스 홀든 씨죠?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사상 최강의 쾌검사라면서요?”

“일부가 부르는 호칭일 뿐이다.”

“와, 듣던 대로 이글 형이랑은 딴판으로 멋있으시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여기서 커피라도 드세요!”

청년의 손 안에서 얼음 조각이 둥실거리다 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무덥던 여름날에 다이무스 홀든은 얼음이 떠다니는 커피를 마시며 뼈저리게 시리다고 생각했다. 그 날부터 계속, 가슴 한 구석이 시렸다.

지하연합을 찾아갈 때마다 토마스는 재잘거리며 말을 붙였고, 다이무스는 몇 마디 짧은 대답으로 일관하다가 돌아가고는 했다. 이제는 왠지 모르게 습관이 된 길을 돌아가면서 다이무스는 손가락을 꼽아 본다. 세 살 터울, 다섯 살 터울, 일곱 살 터울. 동생이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다만 다른 동생들과 다른 점은, 이 동생의 앞에서는 제자리에 가만히 있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이무스 홀든은 과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이 처음으로 좀이 쑤셔 견디기 힘들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청년, 그래서 남을 쉽게 동경하는 청년의 눈빛과 웃음이 꼭 가슴을 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