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자국

“몸은 어떤가?”

A군이 후원자에게서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다. 단도직입적이네, 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들어 남자를 마주보았다. 처음으로 대면하는 후원자는 꾹 다문 입가의 주름부터 네모진 안경까지 구석구석 완고한 인상이었다. 한참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으니 직선으로 굳어 있던 남자의 입매가 슬그머니 무너지며 웃음기가 돌았다. 기묘한 광경이었다.

“미안하네. 아직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았군. 자네는 내 오랜 친구를 무척 닮았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격의 없이 대하고 말았네.”

“아닙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실례했네요. 상태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모두 후원해주신 덕분이지요.”

“아직 조금 불편한 것 같은데?”

남자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A군의 다리를 응시했다. 면밀히 확인하는 듯한 눈빛에 짐짓 가볍게 대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A군은 실없이 웃으며 앉아 있는 전동 휠체어의 손잡이를 톡톡 두드렸다.

“아하하, 아무래도요. 그렇지만 한동안은 무균실에서 나오지도 못했는걸요. 이 정도로 개선된 것만 해도 기적이죠.”

“그렇지. 자네의 몸은 엉망이었어. 조직과 세포를 완전히 재건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걷지도 못하고, 다른 곳에 가지도 못하고, 식사 대신 수액만 맞아야 했고…….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차도 마실 수 있으니까요. 으음…….”

“차가 입에 맞을까 모르겠네.”

여전히 탐색하는 것 같은 눈매에 A군은 가벼운 긴장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온도 적당하고, 꽃향기가 아주 향긋하네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나는 원래는 녹차를 즐겼다네. 그런데 홍차를 좋아하는 친구를 떠올리며 마시다 보니 취향도 변하더군. 그 친구가 곁에 있을 때 진즉 이 맛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어.”

“생각보다 다감하시네요.” 무심코 중얼거린 A군이 급히 덧붙였다. “아. 초면에 무례했네요. 죄송합니다, 하스미 케이토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