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 안에서 입맞춤을

문이 열리면서 지팡이 끝이 쓸려 드륵거리는 마찰음이 났다. 가장자리께에 살짝 연보라색 머리카락이 나붓거렸다. 노이크롬은 곧바로 그곳으로 달려들었다. 웃음기 섞인 탄성이 터졌다. 노이크롬의 아래에 나동그라진 스테이시아가 색색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아. 있지, 나.”

노이크롬은 그 팔목을 잡아 저지하려고 했으나 그만 손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하얀 장갑이 검은 장갑 위로 매끄러졌다.

“전부터 당신과 이렇게 춤을 추고 싶었어.”

아래에 깔렸던 스테이시아가 몸을 일으키자 이번에는 노이크롬이 바닥에 무너졌다. 스테이시아는 경쾌하게 앞으로 쭉 달려나갔다.

“너무 서두르잖아, 아냐, 아냐. 스텝은 번갈아 가면서 밟는 거야. 자, 이제는 내 차례!”

스테이시아가 몸을 빙그르 돌리고, 눈 깜빡할 새에 거대한 가위가 넘어진 노이크롬의 몸 위로 쇄도했다. 노이크롬은 흰 빛으로 형체를 바꾸었다. 빛은 다시 스테이시아의 앞에 모여 소녀의 형상이 되었다.

“음악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걸.”

눈앞에서 노이크롬이 내휘두른 지팡이를 붉은 가위로 막아내며 스테이시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어. 우리 둘만 남았잖아. 그걸로 충분해.”

잠깐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힘에서 우위를 점한 스테이시아가 그대로 지팡이를 쳐냈다. 까만 막대가 데구루루 바닥을 굴렀다.

“춤에서 가장 중요한 리듬은 서로의 심장이 뛰는 소리거든! 뭐, 우리 것은 인공 심장이지만.”

노이크롬은 뒤를 돌아 지팡이를 집으려고 했지만 스테이시아에게 손을 낚여 홱 끌어안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소녀는 소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다리에 무게를 실어 깔아 내리고, 상대의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가져다 대었다.

“자, 느껴지지? 기계장치의 얼음 심장이야.”

노이크롬은 그 손을 홱 뿌리쳤다. 경멸로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스테이시아에게 다리가 짓눌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채였다. 선홍빛 눈이, 붉게 물들어가는 머리카락이 노이크롬의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소녀는 창백하리만치 하얀 눈을 깜박거렸다.

“신은 창조물이 자신의 모습을 닮게 만들었다던가? 우리의 신은 사람이니까, 우리 모습은 정교하게 사람을 의태했어.”

소녀가 소녀에게 몸을 맞붙였다.

“자아, 느껴지지. 심장 그리고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