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님께 짤막하게 말세아리

세상의 연인들 중 열에 여덟은 서로를 의심해 싸우고, 헤어지고, 마음이 멀어져 다른 상대를 가까이 두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폐하, 우린 지금까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그렇겠지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소원히 여기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의심할 일도 싸울 일도 멀어질 일도 영원토록 없겠지요. 사실 당신을 처음 뵐 때는 이렇게 여자도 연애도 모르는 순진한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국의 폐하. 저의 폐하가 되어주셔서 기뻐요. 앞으로도 저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으실 거예요. 약속할게요.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날, 아리스텔리아가 마르세우스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냄새가 납니다, 폐하. 살 냄새요. 여자를 취하고 바로 제게 오시나요?”

“아름다운 아리스텔리아여. 그대가 아내의 책무를 다해 우리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아 그렇지.”

아리스텔리아는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오늘은 또 어떤 여자를 구하신 건가요.”

“궁금한가, 아리스텔리아?”

“아니요. 그런 것 알아 저와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같은 얼굴, 같은 모습에 다른 눈이 아프게 찔러 온다. 오늘 마르세우스는 아리스텔리아의 얼굴을 볼 엄두가 되지 않아 그녀의 등을 돌렸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달큰한 향이 날 때 즈음. 이제야 그녀의 모습은 그에게 기억의 기록으로 박제되어 잊혀지지 않는 그녀를 닮았기에 그는 약속을 지키는 그녀의 얼굴을 안심하고 바라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