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꿈을 꾸었다. 너와 아침 가방을 놓아둔 위치 따위의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 시작해서 화가 나서 저녁에 헤어지고 다음 날 낮에 다시 연애하기 시작하는 꿈.

실제로 우리가 서로 화를 내고 일부러 자존심을 내세울 여유 따위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잠깐 만났던 그 찰나에 너는 유독 눈이 빛났고 나는 네가 나에게 사랑이라도 말할까봐 겁이 났다. 한 마디라도 들었다면 네 손을 잡아버릴 것 같았다.

나는 사실 언제나 너를 바라보고 있었어. 떠난 후부터는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원망인지 싸움인지 대화인지 그저 이렇게 서로 바라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감정인지는 알고 있었어.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가끔 꿈을 꾸었다. 세상이 지금과는 달랐던 꿈. 처음부터 너와 길가에서 정말 별 거 없는 흔한 행인과 학생으로 만났던 꿈. 그렇게 하면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