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한 사람이 없어지는 이야기예요.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소년은, 무엇이든 그럭저럭 해내는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년은 다른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좋았고, 고맙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했습니다. 책을 읽고, 춤을 추고, 길가에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 가게에 들여보내고, 자신이 먹던 과자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법 많은 아이들이 교단에 모이자 사람들은 소년을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제법 키가 크고 얼굴이 멀끔하고, 남을 위해서는 그 무엇이든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수군거립니다. 저 아이에게는 성령이 깃들었다. 신께서 간택하신 아이가 틀림없어. 그렇게 믿지 않는 사람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세가 약한 사이비 종교, 사람들의 희망과 헌금을 통해 돈을 버는 교단에서는 남들에게 내세울 것이 필요했으니까요. 소년은, 아오바 츠무기는 그렇게 교단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눈동자마다 자신을 향한 기대와 바람이 가득히 깃든 것을 알았습니다.
소년은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했습니다. 아침에는 식사 대신 기도를 하고 낮에는 아이들에게 교리를 설명하고 저녁에는 사람들을 상대했습니다. 따로 밀폐된 방에서 고해성사를 듣고 사람들의 상담을 들었습니다. 소년은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어도 증오하거나 경멸하지 않고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죄를 사하고 위안을 얻는 데 지폐 몇 장이면 되었습니다.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개중에는 감정이 복받쳐 소년을 움켜쥐거나 때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내내 온화했습니다.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나가 온갖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소년은 내내 쉴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기도를 하고, 소년의 손을 잡고 감격하고, 편집증적으로 죄를 뇌까리고, 흐느끼고, 남을 저주하고, 소리를 지르고, 따귀를 때리고 원하는 것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소년을 성령과 같다고 칭찬했거든요. 소년은 다른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좋았고, 고맙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좋았습니다. 소년은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늦은 밤 모두가 떠나고, 불을 꺼 어두운 방에서 홀로 이불을 끌어올려 머리 위까지 덮으면 목구멍까지 꺽꺽 치솟는 울음과 함께 문득문득 찾아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몸 어느 한 구석에 불이 붙고, 머리에 열이 올라 눈이 뜨거워지고 남을 원망하고 미워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오바 츠무기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남에게 친절하다고 칭찬을 듣는 자신인데 이런 추악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니 믿고 싶지도 않았고 견디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 상냥하고 친절하게 웃어주는 따뜻한 사람들 모두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남을 미워하는 것이 싫어서, 도무지 견딜 수 없어서 아오바 츠무기는 매일 밤마다 남을 미워하는 자신을 조금씩 떼어내어 헌금함에 담았습니다. 원망하고 증오하는 추악한 자신을 작게 작게 조각내어 함에 눌러담았습니다. 그렇게 500번째 밤이 되던 날, 함은 가득히 찼고, 아오바 츠무기는 남지 않았습니다. 원히던 대로 원망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자신을 자신으로 인지하는 능력조차도 남지 않아서 이렇게 되었답니다.
왜 울고 있나요, 나츠메 군? 제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요.